<취재수첩>익숙한 노량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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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익숙한 노량진의 풍경
대기업들의 하반기 채용이 마무리되고 올 공무원시험 채용도 모두 끝이 나면서 겨울의 추위와 함께 취업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올해 취업시장은 기업들마다 채용규모를 늘리고 공직의 문도 넓어졌다지만 체감되는 불황의 벽은 높기만 했고 어느 해보다 치열한 경쟁의 모습이었다. 이는 내년도 역시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특히 공무원시험의 경우, 분명 신규공무원 선발규모의 증가는 수험생들이 반색할 만한 일이지만 그만큼 새로운 공무원 수험생들의 유입이 커질 것이며 그들간의 치열한 경쟁은 예견된 일이다. 이 가운데 공무원을 꿈꾸는 청춘들은 오늘도 도심의 또 하나의 쪽방 고시원에서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하루 10시간 넘게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한 때는 재수생의 땅이었던 노량진. 그러나 지금은 대학입시학원은 현저히 줄어들고 대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원가로 북적인다. 진눈깨비가 날리던 날 노량진에서 만난 한 공무원수험생은 “찬바람이 부는데도 운동화보다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며 “밖으로 나오는 시간은 적고 하루 종일 실내에 앉아 있다 보니 이게 편하다”고 말했다.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노량진에서 1년 넘게 생활하다보면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과 다른 사람들의 동정어린 시선 때문에 스스로 위축된다”고 말하는 그의 어깨가 한 없이 쳐져 보였다. 노량진 학원관계자에 따르면,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문을 실감한 뒤 ‘1년만 공부하자’며 보따리를 지고 고시촌으로 입성하는 새로운 공시족들의 등장은 익숙한 노량진의 풍경이라고 전했다. 한 해에 지원자 45만 명 중 단 2만 명만 합격하며 많은 비중의 수험생들이 노량진 학원가에서 시험을 준비한다. 결국 이들 중 안타깝게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된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내년을 기약하게 된다. 물론 처음 계획했던 대로 2년이면 2년, 3년이면 3년의 수험생활을 끝으로 ‘백기’를 던지고 나가는 이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합격 커트라인보다 조금 낮은 점수대에 많은 이들이 몰려 있고 결국 포기하지 못하는 수험생들이 점점 쌓이게 되면서 공시 낭인이 양산되고 있는 형국인 것. 결국 기자가 공무원시험에 도전하는 수험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처음 시작할 때 목표와 기간을 명확하게 정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3년 안에 안되면 과감히 다른 길을 택하리라는 자신과의 약속이 필요하다는 것. 기자가 아는 장수생 중에는 7년째 수험서를 놓지 못하고 있는 이도 있다. 그는 사실 합격을 위한 도전이라기보다는 ‘수험생’이라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 듯 한 모습이다. 수험생활에 길들여져 더 이상 꿈도, 희망도 없이 쪽방에서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다. 정부차원에서도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시험 응시 횟수를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가당치도 않은 소리다. 다만 최근 대학에서 선발 기준을 다양화하는 것처럼 공무원시험에서도 획일화 시험과 성적 서열화로 뽑는 것을 넘어 능력 측정 도구, 선발 기준을 다양화하는 등을 통해 공시 낭인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여 진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 <저작권자(c) 한국고시. http://kgos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