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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며느리만큼 명절이 싫은 수험생
201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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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며느리만큼 명절이 싫은 수험생
 
설 연휴를 앞두고 명절 준비에 분주한 분위기다. 이미 설 연휴 기차표, 항공권 예매전쟁은 한 달 전에 마무리됐고 암표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설의 경우 주말을 포함한 기간이 긴 편이어서 해외여행, 가까운 근교 나들이, 하물며 성형수술 등 그간 일상에 묶여 하지 못했던 일들을 계획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무척이나 들떠 보인다. 

하지만 수험생을 포함한 취업준비생들에게 명절은 이렇게 들뜨고 기다려지는 날이 아니다.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나는 것도, 잡채와 갈비찜 등 기름진 명절음식을 먹는 것도 이미 취업에 성공했거나 아직 취업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얘기인 것. 

오히려 이들에게 명절은 두려움 그 자체다. 

최근 한 구인구직 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취업준비생 712명을 대상으로 ‘명절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겪고 있느냐’고 묻자 전체 응답자 61%(434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다른 구인구직 포털 사이트가 구직자 6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구직자의 67.3%가 취업 실패를 이유로 명절 친지모임에 불참한 경험이 있거나 불참할 예정이라고 말할 정도다.

며느리만큼 명절 때 고충을 겪는 게 취업준비생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친척은 우리와 피붙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이어져 있지만, 자주 보지 못하는 친척은 남만큼이나 어색한 게 사실이다. “요즘 뭐하고 지내니?” “졸업하면 뭐 할 거니?”……. 취업 면접 연전연패로 적지 않게 자존심이 무너진 상황에서, 친척들의 배려인 듯 배려 아닌 배려 같은 질문 공세를 방어하기란 쉽지 않다. 만약 동년배의 사촌이 번듯한 직장에 취직이라도 성공했다면? 지옥이 있다면 여기 일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한 수험생은 “친척들이 가볍게 던진 안부 물음에도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공무원시험 합격을 장담할 수 없어 별도의 취업 준비도 병행해야 하는 형편에 명절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때문에 많은 취준생들은 이번 명절에도 가족들을 등진 채 도서관, 혹은 학원가로 발걸음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노량진 수험가 역시 설 연휴 때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학원을 휴강하지 않고 강의나 특강을 할 예정이라고 답한 곳이 많았다. 

이들은 그저 돌아오는 명절에는 당당하게 고향으로 나서는 자신의 모습만을 상상하며 올해의 명절은 달력에서 지워버린다. 

최근 김영하 작가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만의 성공의 기준을 세워야 하고, 성공의 기준은 자신이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많은 청춘들의 공감을 샀다. 자신만의 성공의 기준이 없다면 인생이란 것은 그저 끝없는 레이스이기 때문에 순간에 집중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은 기자의 삶까지 되돌아보게 했다. 

그런 그는 “‘차를 마실 때는 차만 마셔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 말처럼 차를 마실 땐 차에만, 책을 읽을 때는 책에 집중해서 그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 순간에 집중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수험생들 역시 끝없는 레이스가 아닌 결승선이 있는 수험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저 ‘버티기’ 식이 아닌 의미가 있는 수험생활을 잇기를 바란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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