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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공무원연금개혁, 여론전은 치사하다
201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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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공무원연금개혁, 여론전은 치사하다
 
올해 2월 임시국회의 화두가 ‘김영란법’이었다면 3월 국회의 화두는 공무원연금 개혁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연초부터 추진되어 온 공무원연금개혁이 5월 2일까지 반드시 국회 처리하기로 정부가 다짐하면서 지난연말에 이어 두번째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무원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법안처리가 수월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에는 경찰·소방 공무원 가족 2,000여명과 시민단체 회원 500여명이 서울역 광장에 모여 공무원연금개혁 반대 집회를 열었다. 제복 공무원이란 신분적 제약으로 국민에게 직접 말할 수 없는 경찰과 소방관을 대신해 그들의 가족들이 나선 모습이다.

이날 이연월 경찰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박봉과 열악한 처우에도 오직 사명감 하나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고된 업무를 수행한 경찰·소방관들이 퇴직 후 기댈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은 공무원연금 뿐인데도 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은 대민(對民) 현장성과 직무 위험성이 높은 특정직 공무원의 특수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무원들이 국민연금 가입자에 비해서는 연금을 많이 받는 것이 사실이고, 공무원 연금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13년에만 약 2조원의 적자가 났고 올해는 2조 5천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현행 공무원 연금제도가 옥에 티 하나 없이 완벽해서 단 한 글자도 고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부분은 분명 고쳐야 마땅하다. 재정안정화와 국민연금 간의 형평성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하후상박 문제나 수급개시 연령 문제도 얼마든지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공무원 연금 관련 논의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오히려 이런 세부적인 논점을 떠나 문제를 다루는 기본 접근방식에 있다고 본다.

공무원 연금이 나라경제를 망쳐놓고 있다는 광고를 연일 내보내고 공무원연금 개혁에 저항한다면 아예 연금 자체를 없애 버릴 수도 있다고 여당은 협박을 한다. 아무리 입법권을 가지고 있는 당이어도 군사정부가 진압작전을 펼치듯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선 안된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 인터뷰에서 “공무원들이 박봉에도 기대하는 유일한 희망이 연금”이라며 “과도한 것이 있으면 조정하되 우수한 인재를 공무원으로 남아 있게 만드는 매력을 없애면 안된다”며 4월로 못박은 개혁 시기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시한을 늦출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대권 꿈 때문에 100만 공무원과 그 가족들의 표를 확실히 다지기 위한 발언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선은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이 발언이 공무원과 그 가족들보다 훨씬 더 많은 국민의 등을 돌리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소신 있는 발언이라 생각된다.

언론플레이를 통해 공무원vs비공무원으로 이간질시키고, 갈등만 유발시킬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먼저다.

공무원집단은 국민의 공공의 적이 아니다. 공무원도 국민이라는 전제하에 일방적인 공무원 폄하 여론전은 멈춰져야 한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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