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가 경찰 조직 내 성 평등 제고를 위해 2020년부터 성별 구분 없는 통합모집을 실시할 것을 경찰청에 권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일단 검토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여경 확대로 인한 치안력 약화와 통합모집으로 인한 역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경찰개혁위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대국민 중간보고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5개 권고안을 발표했다. 개혁위는 경찰 내 여성 비율이 여전히 낮은 만큼 경찰 조직의 다양성 확보와 성 평등 실현을 위해 2020년부터 성별구분 없는 통합모집을 실시하고 경찰대 모집과 간부후보 채용 시 성별 제한 비율을 우선적으로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경찰 시험은 현재 채용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을 분리 모집하고 있으며, 올해 2차 시험 기준 여경의 선발인원은 남경의 11.2% 수준에 불과하다.
개혁위는 “성별분리모집은 능력에 의한 채용이 아니라 성별고정관념에 따른 채용 방법”이라면서 “통합모집을 위해 구체적인 직무수행에 필요한 능력이나 체력을 측정하는 일원화된 기준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경찰 채용시험에서의 성별 분리모집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성별분리모집이 헌법의 평등권 위배에 해당된다며 이를 폐지할 것을 권고했고,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역시 2011년 여성경찰의 수를 늘리고 역량을 증진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개혁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2019년부터 경찰대학 신입생 모집과 경찰간부후보 채용 시 남녀 통합모집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반 공채시험에서의 통합모집 전면 실시엔 난색을 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통합모집이 궁극적으로 경찰이 가야하는 방향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현장 치안력 약화 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기 때문에 도입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추후 연구결과 등을 바탕으로 통합모집 실시를 검토해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공채시험에까지 통합모집의 여파가 미치진 않았지만, 상당수의 경찰 수험생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찰의 직무가 범인을 체포하거나 주취자를 처리하는 등 일정 수준의 물리력을 요하는 일임에도 인위적으로 여경의 비율을 높이는 것은 심각한 역차별이란 지적이다.
한 경찰수험생은 “그렇지 않아도 여경은 팔굽혀펴기를 할 때도 무릎을 땅에 댄 상태로 시험을 볼 정도로 체력시험 기준이 낮은데 단순히 여성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체력시험 기준마저 낮출 경우 일선 현장에서의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면서 “경찰 모집의 이유는 여성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함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위한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일선 경찰관들이 개혁 권고안에 대해 선뜻 수용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당장은 힘든 길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경찰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길이라는 확신을 갖고 권고안이 치안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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