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운이 따라야 시험에 합격한다?
지난 27일 교육청 시험과 지방직 시험이 치러졌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시행된 이날 시험은 대략 18만 여명이 응시대상자로, 이들은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으로 결전을 치렀다. 기자가 찾았던 교육청 시험장의 경우 응시자들은 대부분 예년과 달리 크게 낮아진 난이도를 체감했다고 전했다. 특히 몇몇 수험생들은 ‘역대급’으로 쉬웠던 시험이라 칭하면서 변별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실력이 아닌 운으로 합격이 좌우되는 시험이라며 열을 내는 수험생들을 보니 기자의 마음도 썩 좋지 않았다. 주어진 시간 안에 많은 객관식 문제들을 풀어내야 하는 공무원시험. 이런 틀 안에서 이뤄지는 시험은 사실 운이 어느 정도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난이도적인 측면 뿐 아니라 그날의 컨디션, 교통 등 여러 방면에서 운이 작용한다. 이렇게 시험 운과 관련해 몇몇 사연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얼마 전,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지인이 9급 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수험을 시작한 지 1년만이었다. 그의 말로는 일반적으로 수험생들이 합격의 조건으로 꼽는 ‘엉덩이 싸움’과 같이 열정적인 공부 스타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때문에 본인을 비롯해 주변에서도 한 번 만에 시험에 합격할 것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헷갈려서 찍었던 문제들이 다 정답이었다며 신나서 이야기하는 지인은 스스로 자신의 합격을 두고 ‘운이다’고 표현했다. 합격 후 가족들에게 축하를 받는 등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 지인과의 만남을 끝내고 귀가 길에 수험생 커뮤니티에 들어가 봤다. 전날 치러진 교육청시험과 지방직 시험의 난이도 등 수험생들의 후문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한 수험생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했다. 시험 시간에 맞춰 충분히 여유롭게 집에서 출발한 수험생 A씨.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 내려 거기서 다시 좀 더 들어가야 하는 곳에 시험장이 있었다. 소요예상 시간은 1시간 정도. A씨는 전 정류장에서 버스가 출발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정차벨을 눌렀고 하차 준비를 마치고 뒷문에 서있었다. 헌데 한 정거장이 너무 길었다. A씨는 버스기사에게 문의했고 버스기사는 심드렁하게 지나쳤다는 말을 뱉었다. 시험 시간은 다가오고 버스기사와 말다툼을 하다가 시간에 쫓겨 뒤늦게 버스에서 하차했다. 건너편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횡단보도도 멀었다. 겨우 건너 건너편 버스를 탔고 A씨는 아예 이번에는 전 정류장에서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버스기사는 해당 정류장을 지나치고 말았다. A씨는 항의했고 버스기사는 이미 지나쳤다는 말 외에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 A씨는 버스회사와 기사 이름을 메모하고 다시 내렸다. 내린 곳은 고속도로로 택시조차 잡히지 않았다. A씨는 겨우 국도로 빠져나와 택시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택시는 30분이 지나도록 잡히지 않았다. 어렵게 잡아 택시를 잡아타고 시험장에 도착한 시간은 10시를 갓 넘긴 시간이었다. 입실은 불가능했다. A씨의 1년이 날아간 셈이었다. 지인의 경우와 A씨의 경우를 모두 보면서 ‘과연 관운이라는 것이 있구나’ 라는 생각과 ‘시험에서 실력은 필수이며 합격은 운’이라는 농담도 떠올랐다. 지방직에서 유일하게 낮은 합격점과 단 1명의 합격자를 발표했던 사례도 떠올랐다. 수험생들은 그 합격자에게 관운이 있다고 평했었다. 시험에 운은 얼마나 필요한가. 운을 이기는 절대적인 실력과 철저한 준비가 있다면 1%의 운이 없어도 합격할 수 있을까. 수험생들 모두에게 운이 작용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시험 날이 ‘운수 나쁜 날’이 되어버린 수험생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해본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저작권자(c) 한국고시. http://kgos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