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2015 공직박람회 개최에 앞서
이번 주 취재수첩을 쓰기에 앞서 아무 생각 없이 벽에 걸린 달력 쪽으로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한 장, 두 장 뜯겨나가 어느새 몇 장 남지 않은 달력을 보니 문득 ‘속절없이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간다’는 옛 어른들의 말이 떠올랐다. 올 한해도 이제 다 지나갔구나. 라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묘하다.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 유난히 가을이 성큼 빨리 다가 온 듯 하다. 오는 23일 추분(秋分)은 24절기 중 16번째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이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고 점차 밤이 길어지면서 비로소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되는 절기라 한다. 가을바람이 만연해지는 이날, 공직 채용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공직박람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달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5 공직박람회’는 서울을 비롯해 대구, 광주, 충북 지역에서 열었던 지난해(11월 개최)와 달리 올해부터는 서울에서만 개최하기로 했다. 박람회 규모를 대폭 축소하면서 관련 예산도 지난해 5억원에서 올해 3억5,000만원으로 30% 삭감했다. 이처럼 공직박람회가 올해부터 대폭 축소된 데는 공직박람회가 과도한 공무원 시험 열풍을 부추겨 ‘공시족’을 양산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혁신처 관계자는 “‘대한민국 공무원 되기’ 등 공직 채용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홈페이지가 있어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굳이 박람회를 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13년에는 서울, 부산, 광주, 대전, 춘천 등 5곳에서 공직박람회를 열었다. 2011년부터 매년 열리는 공직박람회는 그동안 공직에 관심 있는 국민이 보다 쉽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서울 외에도 지역 거점 도시를 순회한 것. 하지만 이를 두고 여기저기서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달하는 와중에 공직박람회가 과도한 공무원 시험 열풍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공직박람회 참가자는 연간 10만여명에 이른다. 박람회에선 채용정보 제공뿐 아니라 기관별 채용 부스와 상담 및 모의면접 등이 열려 수험생의 관심이 높다. 특히 지난해 참가자 중 최소 3분의 1 이상은 고등학생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교 졸업생의 공직 진출 기회를 늘리기 위해 2012년부터 9급 공무원 시험에 사회 수학 과학 등 고교 과목을 포함시켰기 때문. 이에 일선 특성화고 학교에선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1학년 때부터 ‘공무원 취업준비반’을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기자가 직접 찾은 공직박람회에서는 교복을 단체로 입은 관람객들이 어느 코너에 가나 몰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최근 고등학생들까지 앞 다퉈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기자로서는 이처럼 공직박람회 축소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공직에 대해 제대로 알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데 있어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안 그래도 공무원시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데 굳이 국가적 예산을 들이면서 홍보를 할 정도로 순기능의 역할이 크진 않다고 보는 것. 다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표면적이고 방어적인 방안만으로는 사실 큰 의미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바늘구멍 취업문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공무원시험에는 취업준비생들이 계속해서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취업의 문을 넓히고 과열된 공시 열풍을 식히는 방안을 내야 할 것이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저작권자(c) 한국고시. http://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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