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어느 공무원 준비생의 비극적 결말
최근 충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30대 청년의 사연은 대한민국, 특히 공무원 수험가의 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그의 죽음이 사회적인 이슈로 불거진 이유는 유서에 담긴 충격적인 내용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공무원시험에서 낙방을 면치 못하던 그는 지난해 1월 가족들에게 시험에 합격했다는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후로 1년간 출근을 한다며 매일 오전 집을 나섰다고 한다. 그는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대부업체로부터 2,000만원의 돈을 빌리기도 했다. 결국 여러 가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이라는 선택 아닌 선택을 한 것으로 보여 진다.
간절히 바라고바라던 공무원이 됐다는 말에 그의 부모는 얼마나 기뻤을까. 그렇게 별 탈 없이 출근을 하는 줄만 알았던 그들은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이 안타까운 사연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사람들은 술렁였다. 자신을 대입해 우울감에 빠져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젊은이가 숱하기 때문이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뿐 취업의 벽에 막혀 절망하는 이들은 너무나도 널려있다.
청년들의 겨울은 한 해 한 해 더욱 추워지기만 한다. 이름하야 ‘취업 한파’는 물러갈 길이 안보이고 더욱 거세게 휘몰아칠 뿐이다.
지금의 20대는 대학 1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에 매진해온 이들이다. 어학 능력과 자격증은 기본이고 차별화된 스펙을 쌓고자 눈물겨운 시간을 보낸 이들이다. ‘바늘구멍’과 같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수많은 청춘이 오늘도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들의 심정은 강풍이 몰아치는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 아닐까.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25일부터는 국가직 9급 공채시험의 원서접수가 진행되며 사회복지직, 소방직 등이 곧이어 각 지자체별로 원서접수를 진행할 예정에 있다. 올해는 과연 몇 명이 몰릴지, 얼마나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지 궁금한 동시에 알기가 두려운 마음이 든다. 수험생들은 오죽할까.
새해가 밝았지만, 이들에게 진정 희망으로 다가올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사회를 향한 ‘냉소’만 깊어지지 않을까. 점점 더 희망을 잃어가는 상실감, 그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든다는 말이다. 공무원 지망생의 죽음이 남긴 사회적인 메시지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 2017년까지 20만 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목표를 제시하고 대기업들도 취업 문호를 넓히겠다며 나서고 있는 건 다행이다. 올 공무원 선발규모도 전년보다 꽤나 커졌다. 하지만 단순히 공무원 선발인원 및 인턴이나 직업훈련 일자리를 아무리 많이 만들어봐야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현실과 목표의 괴리를 메우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공무원을 많이 뽑는 만큼 수험생들은 더욱 몰릴 수밖에 없고 결국 해결되는 것은 없다.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현안이 노사정 대타협일 것이다. 임금피크제든, 근로시간이든 대화로 반드시 해법을 도출해내야 한다.
2016년은 ‘흙수저 논란’에 담긴 냉소의 기운이 사라지는 올 한해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일할 의지와 능력이 충만한 이들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냉소의 기운’을 사라지게 하려면 그 희망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충남의 30대 청년 자살과 같은 비극적 사건이 되풀이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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