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9급 공시생 책상 꿰차나
인사처 “내부 논의는 사실, 결정된 것 아냐”
남미래 기자
9급 공무원 시험의 필수과목인 영어가 2018년부터 토익이나 토플 등 공인영어성적으로 대체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험가가 혼란에 빠졌다. 인사혁신처가 9급 국가공무원 시험과목 개편을 발표한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인사처가 또 다시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수험생들 사이에서 “과연 인사처의 해명을 믿을 수 있는 것이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경제는 인사처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7급에 이어 9급 공무원 시험에서도 영어 과목을 공인영어시험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2018년에 9급 선택과목 제도가 변경되는 만큼, 이와 동시에 영어과목의 개편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인사혁신처 인재정책과 관계자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영어 과목을 토익시험성적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시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내부에서 나온 것은 맞지만,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다시 비슷한 내용의 보도가 잇따르면서 수험생의 상당수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며 좀처럼 불안감을 떨치질 못하고 있다.
영어 과목을 ‘토익’ 시험으로 대체하고, 필수과목의 공백을 ‘헌법’으로 메울 가능성이 있다는 설이 작년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탓이다. 7급 국가공무원의 경우 2017년부터 영어 시험이 공인영어성적으로 대체된다는 점 또한 9급 수험생들의 이 같은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이미 지난 1월에 9급 필기시험 과목 개편안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상황에서 또 다시 시험제도 변경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 배경에 대해 인사처 관계자는 “현 정부가 직무능력중심(NCS)평가 방식으로 공무원 채용 제도를 개편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고, 이 같은 방침에 따라 꾸준히 시험제도 개선방안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토익성적 도입 시점이나 기준점수 등에 대해서도 전혀 결정된 사항은 없으며 시행되더라도 최소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헌법 필수과목 도입과 관련해서도 “지난해에 이미 해명을 했듯, 헌법이 필수과목으로 도입될지 여부도 여전히 미지수”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영어 과목 개편설을 접한 9급 수험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9급 세무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한 수험생은 “필요 이상으로 어려운 어휘와 문법을 공부하는데 드는 시간을 생각하면 차라리 토익 성적으로 영어 시험을 대체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면서 “토익 성적은 사기업 취업 시에라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고시낭인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영어 과목 개편을 탐탁지 않게 보는 의견도 상당수다. 지난해 11월 공무원저널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수험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험생들의 54.1%가 영어 과목을 공인영어성적으로 대체하는데 반대 의견을 보인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일반행정직을 준비 중인 또 다른 수험생은 “토익 시험의 경우 원하는 점수가 나올 때까지 꾸준히 시험을 봐야하는데 기본응시료가 4만2천원인데다 토익 시험유형도 5월부터 더 어려워지는 쪽으로 바뀌기 때문에 신유형에 적응하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갈 것”이라면서 수험비용의 증가를 우려하기도 했다.
실제로 토익시험은 그간 일반 구직자들 사이에서도 ‘비용’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아왔다. 9급 공무원 시험에까지 토익이 도입될 경우 약 30만 명에 달하는 9급 공무원 수험생들에게 정부가 수험비용 부담을 더 얹어주는 상황이 되는 만큼, 이를 둘러싼 수험생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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