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의 ‘인사혁신처 습격사건’
정부의 해이한 보안의식 도마에 올라
남미래 기자
“UN 전자정부평가 3회 연속 1위로 한국 전자정부에 대한 중남미 지역의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중남미 지역과의 전자정부 협력 강화를 위해 우수사례집을 발간한 행정자치부는 우리 정부의 전자정부 성과를 이렇게 자평했다.
그리고 6개월 뒤, 정부가 발표한 전자정부 성과는 결국 낯 뜨거운 자화자찬으로 귀결됐다. 최근 한 외부인에 의해 인사혁신처의 보안망이 뚫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올해 지역인재 7급 채용시험에 응시한 송모(26)씨의 범행이었다. `
지난 6일 경찰청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송씨는 필기시험이 치러진 3월 5일 이전 문제를 빼돌리기 위해 훔친 공무원 출입증을 통해 이미 3차례에 걸쳐 정부서울청사를 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지를 확보하는데 실패한 이후에도 송씨의 범행은 계속됐다.
지난달 24일과 26일 정부청사 16층에 위치한 인사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자신의 필기시험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송씨는 컴퓨터 패스워드가 풀린 것과 제주도 출신 합격자가 갑자기 생긴 점을 수상히 여긴 담당직원에 의해 덜미를 잡혔다.
문제는 ▲정부청사 출입문 ▲인사혁신처 사무실 도어록 ▲개인용 컴퓨터 비밀번호 등에 이르는 보안망이 외부인에게 속수무책으로 뚫렸다는 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송씨는 인사처 채용관리과 사무실 16층 출입문 옆에 적혀있는 비밀번호를 통해 출입문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들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 부처의 보안의식이 그만큼 허술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정부 컴퓨터가 허무하게 뚫린 점도 문제다. 인사처는 송씨가 리눅스 프로그램을 이용해 윈도우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는 정부 컴퓨터의 잠금을 해제하고 성적 조작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컴퓨터 보안체계의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해진 셈이다. 뿐만 아니라 송씨가 청사에 출입한지 약 한 달이 다 되어서야 이를 인지하고 수사를 의뢰한 인사처의 늑장대응 또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사처는 지난 6일 지역인재 7급 필기시험 합격자 132명의 명단을 게시하면서 채점실에 지문인식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고 이중잠금장치를 만들어 놓은 만큼 이번 사건이 필기합격자 발표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수험가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공무원 수험생 박모(23)씨는 “침입 한 달 만에 외부인이 침입한 걸 알아차릴 정도로 보안에 무감각한데 이게 처음이 아니라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겠느냐”며 “채용제도를 혁신하기 전에 인사처 스스로를 혁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날 서울중앙지법은 공전자기록등변작 혐의로 송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Copyright ⓒ 공무원저널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