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투표하는 공무원 수험생들
“투표 여부가 면접에 영향 있나요?” 지난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선거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시험 수험생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현재 살고 있는 곳과 주소지가 달라 투표를 위해 투자할 이동시간이 부담이 된다며 올라온 글이었다. 그 글에는 대부분 영향은 없지만 투표는 하길 바란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또 할 생각이 있었다면 주소지 상관없이 투표할 수 있는 사전투표기간에 하지 그랬냐는 비난 섞인 댓글도 있었다.
면접에서 면접관이 투표를 했는지를 물어보고 안했다면 떨어트린다? 이런 발상 자체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지만 매번 선거 때 마다 몇 개씩 꼭 올라오는 걸 보면 수험생들에게는 마냥 터무니없는 소리만은 아닌가보다.
반면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투표를 꼭 하자는 독려의 글들도 제법 많다. 공부에 쫓기는 수험생들이지만 일단 선거는 하고 공부하자는 이야기들이었다.
국가직 9급, 소방직 시험이 치러진 지난 9일에는 시험을 치른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전투표장으로 향하는 수험생들도 꽤 있었던 듯하다. 실제로 시험장 취재를 하고 난 뒤 기자도 투표를 위해 찾은 바로 근처에 위치한 사전투표장에서 고사장에서 봤던 수험생을 목격하기도 했다.
이처럼 선거를 대하는 수험생들의 입장은 여러 가지로 나뉜다. 면접 시 투표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굳이 시간 내고 싶지 않다는 수험생 혹은 선거 자체에 관심이 없는 수험생도 있고, 선거는 당연히 소신껏 해야 한다는 수험생, 그리고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 등을 보지 않고 당선됐을 때 공무원 선발인원을 늘려줄 것 같은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수험생들도 있다.
그 중에서도 많은 수험생이 후보자의 전반적인 면보다는 공무원 선발 규모 확대에 영향을 줄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두고 선거에 임하는 것 같다. 이러한 태도에 일부 수험생들은 비난의 말을 뱉기도 한다. 공직에 들어설 사람들로서 선거는 지금 자신의 입장이 아닌 국가 미래를 위해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는 것에 몰입하는 수험생들은 현재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반발을 한다. 장애인이라면 장애인에 도움이 될 만한 후보자를 선택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의견 차이 속에서도 수험생들은 일단 투표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20대의 투표율이 높아야 20대의 힘이 커진다는 말이었다.
지난 2013년 9급 공채 과목 변경 사항을 받아든 수험생들은 선거(제19대 총선) 전에 발표가 났다면 이같은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드러냈다. 수험생들의 표를 밀고 당기는 힘은 모두 공무원 시험 관련 사항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현재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지금과 태도를 어떤 식으로 달리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구에게 표를 던졌다고 해서 공무원 시험 규모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닥쳐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제20대 총선에서 20대 투표율은 49.4%, 30대 49.5%로 19대 때보단 다소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투표율이다. 내년에 있을 대선에서는 더욱 높아진 투표율과 함께 수험생들도 공무원 시험이라는 잣대를 버리고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표를 던질 수 있기를 바란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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