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공무원 증원 탄력받나
주요 정당별 ‘공무원’ 관련 공약 살펴보니
남미래 기자
국민의 선택은 3당 체제였다. 지난 13일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진 결과, 국회 의석구성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지형을 형성하게 되면서 공직사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당의 과반이 무너지고 야당(더불어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이 과반을 차지함에 따라 정부에서 추진 중이던 법안들의 처리일정도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예산안의 심의와 결정권한까지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입장에선 양당을 설득했던 이전보다 더 많아진 3당을 오가며 설득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기에 국회 의석구성의 변화가 만만치 않은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총선이 미치는 영향은 현직공무원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공무원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약30만 명의 수험생들도 간접적으로 변화의 바람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각 정당별로 야심차게 내세운 ‘공약’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공무원’과 관련한 공약을 내세운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정의당 등 총 3개 정당(원내정당 기준)이다. 정당별로 추구하는 가치는 저마다 다르지만, 이들의 공약집엔 경찰·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이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우선 20대 국회에서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경찰·소방·사회복지·생활지원·교육 관련 공무원을 4년간 17만 명을 증원하겠다는 공약으로 수험생들의 이목을 끌었다. 소방공무원의 경우 소방예산 확충과 처우개선을 위한 소방안전교부금 비중 확대, 현장 3교대 근무 보장, 근속승진 확대 등이 공약으로 거론됐으며, 소방공무원과 해경의 현장대응능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 해경조직 정상화와 국민안전처 소속 중앙소방본부를 ‘소방청’으로 개편하는 방안 또한 공약집에 담겼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심리장애로 고통 받는 소방관의 심리치료센터 확충을 공약했고, 정의당 또한 소방공무원의 3교대 근무율 100% 실현과 소방장비확충에 투입되는 국가 재정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한편, 경찰공무원과 관련해선 새누리와 더민주가 서로 다른 공약을 내세웠다. 더민주는 해경구조장비의 대폭 확충과 현장인력 보강, 해경조직 정상화, 경찰인력과 전문수사인력 확충, 민생경찰 3교대 근무 보장, 검·경 수사권 재조정 등을 주장했고 새누리당은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학대전담경찰관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분야에서 추진 중인 시간제 일자리 정책도 공통적으로 언급됐지만, 내용은 미묘하게 달랐다. 새누리당은 시간선택형 근무제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반면, 더민주는 단순 사무나 행정지원 업무를 벗어난 ‘양질의 시간제’ 모델을 개발해 공공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한 뒤 민간에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양극화와 고령화로 인한 복지수요의 증가로 복지인력의 확충은 20대 국회에서도 핵심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의 경우 사회복지 분야 공무원 증원을 약속했고, 정의당은 선진국 수준의 복지제공을 위해 복지공무원을 국민 5천명당 1명에서 1천명당 1명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새누리당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확충한 복지인력 6천 명과 지자체별 업무조정을 통한 재배치를 통해 읍면동에 맞춤형 복지전담팀을 설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증원계획이 담기지 않은 만큼 야당이 내세운 공약에 비해서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셈이다.
사회복지 공무원을 준비 중인 안모(30)씨는 “복지를 중요시하는 야당이 국회의 과반을 차지했기 때문에 복지인력 증원이 좀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생겼다”면서 “총선에서 내세운 공약들이 꼭 실현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문제는 지금의 재정여건에서 각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공약을 현실화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점이다. 지난해 메르스 여파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추경예산이 편성된 데다 국채발행도 늘면서 국가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탓이다.
실제로 경찰관 2만 명 증원 계획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는 예산문제로 인해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1만1,281명의 정원을 늘리는데 그쳤고, 다른 공약이었던 누리과정 또한 지난해 정부가 비용부담을 지자체의 몫으로 돌리면서 보육대란 조짐이 일기도 했다.
3당 체제 하에서 공약이 순탄하게 이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각 정당이 내세운 공약이행에 필요한 재원도 올해 국가예산의 75%가량을 차지하는데다, 정당별 이해관계도 다른 만큼 법안 통과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정당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게 될까. 본격적인 검증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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