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시험을 위한 시험’이 아닌
최근 치러진 국가직 9급 공채 필기시험에서 국어 과목의 1번 문제가 화두가 됐다. 외래어 표기법에 대한 문제로 일명 ‘슈림프-쉬림프’ 문제로 불리기도 하는 이 문제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정답인 슈림프로 표기한 M사의 햄버거를 먹은 사람만이 맞췄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시험에 일생을 건 수험생 입장에서는 사뭇 진지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문제가 과연 공무원 실무와 얼마나 관련이 있겠냐는 거다. 공무원 채용시험이 그저 ‘시험을 위한 시험’ 즉 단순히 더 많이 문제를 맞히는 사람을 골라내기 위함이 아니냐는 비판의 날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열린 제1회 미래행정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선 한 수험생은 이같은 내용으로 공무원시험 출제 문제성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진수 인사혁신처 인재개발국장은 “행정공무원의 주요 업무인 공문서 작성에 있어서 외래어 표시 등 정확한 맞춤법은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부분이기에 결코 지엽적인 문제는 아니다”고 대응했다.
이 외에도 공무원 채용 혁신을 주제로 한 이번 포럼에서는 공무원 시험의 시험 과목, 출제 내용 등과 관련해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다양한 개선책들이 나왔다.
5급 공채 필기시험에 행정학·헌법 필수과목화, 7·9급 국어·영어·한국사과목 대체시험화, 9급 시험과목 중 사회, 과학, 수학 과목을 직렬에 따라 일부 제외, 컴퓨터활용능력 2급 가산점 유지, 직무과목 중심으로 사례위주 전환, 부처별 상시채용 수습기관 내실화 등 말이다.
이 중에서도 ‘7·9급 국어·영어·한국사과목 대체시험화’는 수험가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토론회에서 이를 주장한 황성원·김형성 교수(행정학과)는 5급·7급·9급 직류별 직무 현직자 및 상급자를 대상으로 해당직류의 직무를 수행하는데 시험과목의 지식들의 중요도와 활용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21개 부·처·청 위원회의 총 ,927명을 선정해 실시한 결과 국어, 영어, 한국사가 전체적으로 활용도가 낮고, 실제 직무수행과의 연계성 역시 낮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결과적으로 기존 시험과목에서 공통 또는 필수 과목이었던 국어는 국어능력인증시험으로, 영어는 토익, 토플, 텝스, 플렉스 등으로 대체하며, 한국사의 경우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이다.
이날 김진수 국장은 이와 관련해 “공무원 채용시험 과목 개편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험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아 보인다. 수험생들에게 있어서 제도의 변화는 결코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그게 좋은 변화든, 나쁜 변화든 자신이 준비해온 과정에 차질이 생긴다면 말이다.
사실 이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기자는 위 내용만 봤을 때는 무조건 비판만 할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영어의 경우 과거의 구태의연한 문법, 독해 위주의 평가를 하고 있어서 그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국어와 한국사 역시 현행 공무원시험의 문제들이 근무 관련 실효성이 크다고 보여 지진 않는다는데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 또 인증시험으로 대체된다면 공무원시험 준비하다 다른 길로 전환했을 때에도 쓸모가 있단 점에서 메리트는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인사혁신처는 현실을 엄밀히 진단해 적절한 처방을 내려 ‘시험을 위한 시험’이 아닌 제대로 된 공무원을 채용하기 위한 시험이 될 수 있길 바란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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