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과목 “어디서부터 손볼까?”
인사처, 국어·영어·한국사 적절성 및 대체과목 검토
남미래 기자
정부의 허술한 채용관리가 연일 도마에 오른 가운데, 인사혁신처가 국가공무원 필기시험 9급 필수과목의 개편을 검토할 의향을 내비쳐 수험가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인사혁신처 김진수 인사개발국장은 지난달 28일 행정 관련 학회들과 공동으로 개최한 ‘미래행정포럼’에서 “최근 시험관련 부정행위 사건에서 보듯 공무원의 경우 올바른 국가관과 공직관, 윤리의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공무원 채용시험이 공교육과 연계해 공무원으로서 갖춰야 할 공직가치를 평가하고, 직무수행능력을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시험과목 개편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국장은 또 “7·9급 공채 시험의 필수과목인 국어, 영어, 한국사가 행정업무 수행과 공직 소양을 측정하는데 적절한지 분석하고 대체과목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선택과목 뿐 아니라 국어, 영어, 한국사 등 필수과목에 대한 개편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다.
필기시험 출제유형도 개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국장은 “7·9급은 일부 법 과목을 중심으로 판례 등 사례위주의 문제가 출제되고 있지만 객관식 문제 출제의 한계로 이를 모든 과목에 반영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앞으로 7·9급 직무과목을 중심으로 시험문제를 사례위주의 문제해결 방식으로 개선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날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황성원 군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헌법과 행정학은 공무원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지식이므로 기본 과목으로 지정돼야 하지만 보다 활용도가 높은 방향으로 출제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황 교수와 김형성 성결대 교수는 “7·9급 공채에서 국어는 국어능력인증시험으로, 영어는 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한국사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하되 모든 시험에 헌법·행정법·행정학을 공통 필수과목으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상엽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 공채 중심의 채용방식에서 공채와 경채를 혼합해 각 부처별 필요인원을 상시채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수습기간 내실화를 통한 직무능력 및 인적성 평가, 공무원 채용방식의 변화를 통한 대학교육 정상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졸자들의 등용문인 지역인재 9급 채용시험의 선발은 향후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수 인사개발국장은 “고졸자 공직 유입 확대를 위해 도입된 사회, 과학, 수학 등의 고교과목에 대해선 도입 효과를 분석한 후 지속적인 유지 여부를 검토해 반영할 것”이라면서도 “고등학교 학생들이 별도로 공직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넓히기 위해 지역인재 9급 수습공무원의 채용인원을 확대 운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인사처의 과목 개편논의에 대해 수험가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9급 일반행정직을 준비 중인 공시생 김모(24)씨는 “최근 한 공시생의 부정행위는 공시생들의 자질 문제 이전에 시험을 주관하는 정부의 안일한 보안의식과 시스템으로 발생한 문제”라면서 “자신들의 실수까지 공시생 개인의 자질 문제로 치부하는 태도가 어처구니없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수험생 허모(27)씨는 “국어와 영어, 한국사를 모두 인증시험 성적으로 대체한다면 수험비용 증가는 물론, 결국 공부해야 할 과목만 늘어나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한편, 이 날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미래 글로벌 시대 국가발전을 견인할 유능한 정부로 환골탈태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이며, 그 첫걸음이 채용의 혁신”이라면서 “미래행정포럼에서 미래 성장가능성과 투철한 사명감을 지닌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채용방향이 활발히 논의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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