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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달갑지 않은 봄
  2016-03-26| 조회수 5874

[취재수첩] 달갑지 않은 봄


언제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냐는 듯 완연한 봄날이 찾아왔다. 새로운 시작의 계절인 봄,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과 찬란하게 만개할 벚꽃생각에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아직까지 봄을 맞이할 준비가 안됐는지 큰 일교차로 아침저녁 쌀쌀한 날씨에 한겨울마냥 잔뜩 움츠러들기도 하는 시기다. 

수험생들에게 봄이란 어떨까? 수험생에게 있어 ‘봄’은 4계절 중 가장 힘든 계절이라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날씨가 풀리면서 ‘춘곤증’ 등 수험생들의 몸과 마음가짐 또한 자칫하면 느슨해지기 쉬운 계절이기도 하고, 한 해의 필기시험이 시행되면서 시험 직후 좌절을 주는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스한 봄볕이 내리쬐는 지난 19일, 올해 첫 번째로 시행되는 경찰공무원 필기시험장에 갔었다. 그동안 많은 공무원 시험장 취재를 다녔어도 경찰시험 취재는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어느 때보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종료 벨이 울리기를 기다렸다. 

시험이 끝난 뒤 고사장 건물 밖으로 수험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야말로 젊은 남자들의 물결이었다. 언뜻 봐도 건장하고 다부진 외모를 한 남경 수험생들이 한꺼번에 나오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취재를 시작했다. 

외모들과는 달리 취재에는 잘 응해주는 모습들이었다. 수험생들이 가장 부담감을 갖는 영어과목이 무난하게 출제되면서 간혹 어려웠다고 말하는 수험생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지난해 때보다는 쉬웠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한 응시생은 이날 3번째 시험을 치렀다고 했다. 대학을 휴학하고 2년간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그는 지난해부터 경찰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 모았던 적금을 깨 노량진에 틀어박혀 책만 봤다. 그 역시 이 같은 끝없는 막막함 속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어 했다.

이 외에도 처음 만난 기자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내는 그들에게서는 단순히 수험생의 모습이라기보다 인생의 끝자락에 서 있는 아슬아슬함과 간절함이 전해졌다.

하지만 이들을 포함해 경찰공무원이 되겠다며 올 1차시험에 지원한 자는 모두 6만여명, 그리고 수험생 지원이 가장 많은 순경 공채 시험 응시예정인원은 5만 3천여명이다. 순경 공채 남자 전국 평균 경쟁률은 37.9대 1, 38명 중 1명만이 경찰공무원이란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나머지는 마치 ‘낭인’처럼 또 다른 공무원시험을 찾거나 내년시험을 기약하며 사설독서실과 학원가를 전전해야 한다. 또 이 중에는 더 이상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포기를 하고 취업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빠져나가는 만큼, 아니 그 이상이 채워질 것이다.

안 좋은 수치는 조사할 때마다 계속 최대치를 기록하는 것 같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이 12.5%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번에 정부가 밝힌 이유가 지난달에 공무원을 많이 뽑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들이 급증하면서 갑자기(?) 실업률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는 좀 구차한 변명이 아닐까 싶다. 왜 젊은이들이 공무원시험으로 몰리는지, 이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일자리의 질’에 있을 것이다. 우리의 청년실업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 몇 십만 개를 만든다든지 내년에 뭐 일자리 몇 개를 창출한다, 이런 걸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다가오는 총선에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해결방안이 등장하길 바라는 바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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