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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공무원시험 관리에 대한 불신
  2016-04-16| 조회수 5942

[취재수첩] 공무원시험 관리에 대한 불신


최근 “공무원이 꼭 되고 싶었다”는 20대 공무원시험 수험생이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7급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던 그는 처음에는 시험 문제지를 훔치려 했다가 여의치 않자 필기시험을 치른 후 아예 성적을 조작하려고 수시로 서울청사에 침입했다. 그의 무단 침입은 2월 말부터 한 달 사이에 다섯 차례나 됐다. 그런데도 청사, 인사혁신처에서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니 보안체계의 허술함은 수험생들을 비롯해 국민들을 화나게 했다. 

이번 사건은 정부 보안·방호체계에 중대한 허점을 노출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정부 서울청사는 국무총리와 부총리 등 국무위원들의 집무실이 몰려 있어 대한민국 행정부의 심장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인사혁신처와 행정자치부는 피의자가 청사를 무단으로 드나드는 사실을 거의 한 달 후에야 파악할 정도로 공무원들의 허술한 보안의식과 함께 공무원시험 과정 전반에 대한 불신이 짙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9일에는 국가직 9급 공채시험과 소방직 공채 및 경채 시험이 진행됐다. 국가직 9급 응시자만 해도 역대최고인 16만 3,791명이다. 

‘성적조작’사건 때문인지 그 어느 때보다도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시험이 치러졌다. 인사혁신처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인식한 듯, 시험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쏟았다. 처에 따르면 중앙부처 소속 공무원 1,091명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 2만1,477명을 각각 시험 관리요원과 시험 감독관으로 전국 고사장에 투입했다. 문제지를 수송하는 보안요원도 증원했으며, 해마다 고사장 인근 교통정리를 하던 경찰관 외에도 정문과 현관 입구에도 추가 인력이 배치됐다.

기자가 찾은 소방직 시험장도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느낌이었다. 각 출입구를 지키고 있는 시험관리위원의 수만 해도 예년에 비해 꽤 많아진 것. 그런데 11시 40분, 종료시간이 됐는데 벨이 울리지 않았다. 시험관리위원에게 연유를 묻자 시험이 5분 뒤에 시작해 끝나는 시간도 5분이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11시 45분에 시험 종료벨이 울려 퍼졌다. 

확인해보니 어느 한 교실의 감독관이 선택과목문제지를 빼고 시험지를 나눠줘 수험생들이 항의해 다시 배부를 했고, 이러한 지체시간으로 5분을 연장해 11시 45분에 끝냈다는 것. 기자가 찾은 고사장 외에도 이와 비슷한 감독관의 실수에도 연장시간이 없었다는 고사장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해당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렀다는 한 수험생은 “가뜩이나 초긴장된 상탠데 너무 멘붕이었다. 이래저래 시간을 까먹고 다시 집중하는데까지 10분은 걸린 것 같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시험 감독관은 모두 공무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험 시행 기관에서 감독관으로 필요한 인원을 공문으로 내리고 이를 받은 지역 기관에서 필요한 인원을 공급한다. 각 부처나 부서에 일정한 인원을 나눠 요청한다. 

그리고 필기시험 감독관의 교육은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인사혁신처 관계자의 답변에 따르면 국가직과 지방직 모두 감독관을 한 시간 일찍 모아 현장에서 교육한다고 한다. 감독관에 안내문을 전달하고 수험생이 핸드폰을 사용하는 경우나 화장실을 가려는 경우 등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법에 대해 나름 철저하게 교육한다는 설명. 

하지만 이러한 치명적인 감독관들의 실수는 응시생들의 신뢰를 한순간 바닥으로 떨어트리고 만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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