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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2주년 기획특집] 청춘, 나는 공시생이다 ② - 불안한 미래에 잠 못 드는 청춘들
  2016-05-22| 조회수 6803

[창간 12주년 기획특집] 청춘, 나는 공시생이다 ②

불안한 미래에 잠 못 드는 청춘들

남미래 기자 




지난 1, 천안에 있는 한 모텔에서 30대 남성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 현장에선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것은 모두 거짓이었고 부모님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도 함께 발견됐다. 수년 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온 그는 지난해 1월 가족들에게 충남지역 모 군청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한 뒤 제3금융권으로부터 2천만 원을 대출받았다. 출근을 한다며 매일 오전 집을 나선지 1년 만에, 결국 A씨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긴 수험생활로 인한 생계의 어려움과 심리적 부담감이 그를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몰고 간 셈이었다.


청년 실업률 12%, 사상 최악의 실업난 속에 공무원 수험생들의 심리적인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 공무원저널이 공무원 수험생 커뮤니티 9꿈사(http://cafe.daum.net/9glade)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 수험생 중 78.8%가 수면장애나 강박증, 우울증 등과 같은 스트레스성 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39.7% 나는 지금 불행하다고 느꼈으며, 62.9% 수험생활이 너무 힘들어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수험생들이 스트레스성 질환에 노출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20만 명을 육박하는 전국의 수많은 지원자들 중 약 1% 정도만이 공무원증을 손에 쥘 수 있는 만큼 합격 가능성은 희박하고, 불합격으로 인한 취업의 부담감은 상당하다.


올해로 2년째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고 있는 수험생 허모(29)씨는 내년이면 서른 살이 되는데 올해 안에 합격하지 못하면, 당장 내년에 신입으로 지원할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아 걱정이다. 서울시 필기시험을 한 달 정도 앞둔 요즘은 공부를 하다가도 갑자기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라며 불안한 심경을 전했다. 이는 비단 공무원 수험가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20대 남성 우울증 환자의 증가율이 40%를 넘어80대 남성 다음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취업, 결혼 등과 같은 사회적 스트레스가 급증하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청년층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인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는 한창 일할 나이의 구직자들을 그렇게 우울의 늪으로 이끈다.


문제는 일정한 수입이 없이 기약 없는 수험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공시생들의 경우 이 같은우울 바이러스에 더욱 취약하다는 점이다. ‘생계곤란 수험 스트레스’, ‘고독감이란 3중고 탓이다. 특히 자취를 하는 수험생들은 집에서 공부를 하는 수험생들에 비해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우울감에 빠질 가능성이 더욱 크다. 주거비용과 식비 등 추가로 지출되는 경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저렴한 고시원을 잡아 생활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월 70만 원 정도의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공부할 시간도 빠듯하지만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소화하고 수험비용 마련을 위해 대출에까지 손을 대는 수험생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본지 조사결과 수험비용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 수험생들은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43.6%를 차지했으며, 빚을 졌다고 답한 이들도 23.1%에 달했다. 생활고로 인해 기본적인 지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수험생들도 상당수였다. 또한 응답자의 40.5%는 수험비용을 아끼기 위해 밥을 굶은 경험이 있었고, 월세, 전기세 등과 같은 공과금을 체납한 적이 있는 수험생들은 10명 중 2명꼴로 나타났다.


고시원 총무 아르바이트와 시험 공부를 병행 중인 수험생 박모(30)씨는 남들처럼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싶은데 수험비용을 충당하는 것도 버거운 현실이 괴롭다. 좁디 좁은 고시원 방 안에 들어와 몸을 누이면 갑작스레 몰려오는 우울감에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수험생활의 고독함을 달랠 수 있는 대화의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루에 최소 7시간 이상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통하는 수험가의 세계에서 교감을 위한 시간은 허락되지 않는 데다,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속 깊은 얘기를 털어놓기를 꺼려하는 수험생들도 상당수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대다수(63.6%)는 수험생활을 시작한 지 3개월이 넘도록 친구를 만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지인들에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 이들(59%)도 절반이 넘었다. 공무원 시험에 집중하기 위해 연인과 헤어졌다고 답한 이들은 26.5%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만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기만의 방에 머무르는 수험생들이 많다는 의미다.


3년째 9급 일반행정직 수험생 윤모(28)씨는 처음엔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점차 멀어졌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다보니 친구들에게서 갑작스레 연락이 오는 것도 두려워졌다.누구는 취업을 했다, 누구는 결혼을 한다는데 나 혼자서 여전히 직업도 없이 공무원 시험과 씨름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자괴감에 빠질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계의 단절은 오히려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독으로 작용하기 쉽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정서적인 교감이 동반되는 대화야말로 침체된 마음을 환기시키고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인 까닭이다.


이에 따라 마음의 감기를 치유하는데 힘을 보태려는 자치단체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지난 3월 동작구는 수험생 밀집 지역인 노량진 메가스터디타워 2층에 동작행복지원센터를 개소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음건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동작구보건소 자살예방사업팀 오혜민 주무관은 최근 수험생들이 많은 노량진역에 둥지를 튼 뒤로 공무원 수험생들의 상담문의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우울증 극복을 위해서는 개인적인 차원으로는 먼저 심리·신체적으로 나타나는 우울증상을 자각하고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야하며, 자신만의 효율적인 스트레스 관리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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